처음엔 단순한 청춘물인 줄 알았다. 포스터엔 교복을 입은 두 소년과, 그 뒤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였다. 그래서 소년들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학원 드라마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줄거리를 보니, 일진들을 하나씩 무너뜨린다는 내용. 순간,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지려나 싶었다. 하지만 정작 본 드라마는, 기대보다 훨씬 더 어두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의겸이 주먹을 쥐는 장면이었다. 형이 죽고,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며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저 말 잘 듣고 공부만 하던 아이가, 학교를 지배하는 폭력과 마주하면서 처음으로 분노를 터뜨린다. 지금껏 억눌러왔던 감정을 마침내 발산하는 그의 모습은, 비록 그 계기가 폭력이었다 해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싸움 재능까지 있는 아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며 몰입감은 더 커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그를 싸움판으로 이끄는, 조력자인 듯 아닌 듯한 존재 강윤기가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판을 짜는 아이였다. 그렇게 둘은 복면 2인조가 되어 학교의 서열을 뒤엎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처절한 현실과 지독한 감정의 바닥에서 태어난 히어로였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학교폭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우리는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통쾌함, 혹은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특히, 가해자임에도 떳떳하게 살아가고, 피해자임에도 두려움에 떨며 조용히 숨어 지내는 현실을 마주할 때, 그 분노는 보는 이에게도 전염된다. 어쩌면 그런 장면에서 몰입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비록 폭력으로 시작된 이야기일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소년들의 서사에 감정을 실으며 응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폭력, 무기력한 어른들, 그리고 방관자들까지…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만 했다.
처음엔 의겸이라는 아이의 서사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가 학교폭력에 맞서 싸우며 점점 강해지고, 나쁜 이들을 하나씩 꺾어갈 땐 분명 통쾌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아이들이 복면을 쓰고 짊어진 채 싸움판에 서야 했다는 사실, 폭력을 일삼는 학생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이 겹쳐지며 통쾌함은 서서히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ONE :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단순히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무엇을 외면하고 있나요?”
그 질문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