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서초동>.
솔직히 말하면, 또 법조 드라마라는 소식에 처음엔 시큰둥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장르 아니었나? 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고 나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의 허상
드라마에 심취한 신입 변호사가 법정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치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은 우리가 그동안 법조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클리셰의 정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곧바로 현실의 차가운 바람이 분다. 재판장의 건조한 현실 체크, 방청석의 수군거림, 그리고 이종석이 연기하는 9년차 변호사의 지친 표정까지.
이 5분 남짓한 장면이 <서초동> 드라마를 설명한다. ‘드라마 같은 드라마’에 대한 정면 거부 선언이다.

진짜 직장인들의 이야기
매일 지하철 타고 출근해서 점심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 그게 이 드라마 속 변호사들의 정체성이다. 화려한 배경도, 극적인 사연도 없다. 그저 서초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월급 받으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종석이 연기하는 안주형은 특히 인상적이다. 9년차면 독립해도 될 만한데 여전히 작은 사무실의 어소 변호사로 남아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 하나만으로도 현실적인 고민이 느껴진다. 야망과 안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30대 직장인의 모습 그 자체다.
이상과 현실 사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 드라마는 절대 쉬운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가영의 희지가 정의감에 불타올라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칠 때, 안주형이 던지는 현실론이 시청자를 고민에 빠뜨린다. 그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그게 어른들의 세계고, 법조계의 복잡함이다. 선악구도로 나누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그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거창한 미식 드라마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들의 향연. 그들은 늘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고, 회식 메뉴를 정하느라 실랑이 하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그 모습들이 나와 같아 친근하다. 이런 게 진짜 직장 생활 아닌가.
특히 형민빌딩이라는 공간 설정이 탁월하다. 층마다 작은 로펌들이 모여있는 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또한 건물주의 행동 또한 예사롭지 않다.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이 드라마의 포인트 아닐까?
아쉬움과 기대
이제 곧 끝이 다가오지만, 결말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라마 <서초동>을 봤을 때 지나치게 현실적인 접근이 때로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직장인과 같은 모습의 변호사들을 보면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밋밋해질 위험도 있다. 즉 초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그 우려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 ‘성장 서사’ + ‘우정과 갈등’이라는 큰 틀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다섯 명의 이야기의 끝은 어떨지 또한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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